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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두가 사는 법을 추구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가


편집부 / gmitnews@hanmail.net 입력 : 2016년 09월 02일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장종권 이사장
바둑에는 흑돌과 백돌 두 종의 돌만 필요하다. 다른 색깔의 돌은 필요하지 않다. 이 두 돌이 목숨을 걸고 한 판의 전투를 벌인다. 양보란 있을 수가 없다. 한 치라도 양보했다가는 처절하게 무너질 수 있다. 타협도 있을 수가 없다. 반집을 포함한 공제 방식을 통해 무승부라는 것을 아예 없애버렸다. 이기든지 지든지 반드시 승부를 내야 한다. 죽기살기식의 비정한 게임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대부분 다 그렇고, 또한 어떤 게임이든 공정한 룰도 존재한다. 정정당당한 승부가 되도록 쌍방이 인정하는 공개적인 룰 안에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 룰에서 벗어나면 당연히 패자가 된다.

그런데 사회도 역시 바둑판과 같아야 하는지 궁금하다. 꼭 한 쪽은 패자가 되어야 하는지 하는 것이다. 모두가 사는 법을 추구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가.

극과 극 두 이질적인 세력이 다투는 경우에는 서로에게 적은 하나이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 하더라도 그 하나에만 집중하여 방어하면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두 세력은 서로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 간 치명적인 상처는 주지 않으려 애쓴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려를 해주므로 생명의 위협은 느끼지 않는다. 적대적 공생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가 이런 공생관계를 이루며 이 사회를 이끌어온 것은 한두 해 전의 일이 아니다. 보수는 진보를 색깔론으로 몰아가고 진보는 보수를 꼴통으로 멸시해가면서도 이들은 적절하게 권력을 나누어 가져왔다는 주장이 있다. 이 와중에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는 중도적 인물은 대부분 회색분자로 몰려 몰지각한 인사로 취급당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우리 사회는 그래 왔다.

중도에는 양쪽에 적이 존재하게 된다. 쌍방이 모두 적이다. 절대적으로 강력한 힘을 갖추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꼴이다. 양쪽의 적들이 모두 적이 아니라 우호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것이야말로 교과서적인 발상이다. 2016년 새해를 열면서 삼각의 안정성을 기치로 중도 정당이 탄생했다. 아직 그 핵심정책이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되어갈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캐스팅보트 역할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 환상일 수 있다. 강력한 힘을 보유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양쪽의 강력한 협공을 받아 견디기 어려운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이다. 색깔 없는 중도적 성향은 너그러움과 긍정적인 배려에도 불구하고 쌍방으로부터 분명한 선택을 주문 받게 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쌍방으로부터 내쳐지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문학판도 여기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 순수와 참여 논쟁이 수그러들면서 리얼리티와 모더니티라는 문학론에 입각한 틀에 박힌 얼굴들이 판을 지배하고 있다. 문학이 문학 본연의 얼굴에 각기 다른 정치적 페인팅을 덧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이 땅의 대다수 국민은 극단적 대립구조의 정치철학을 말없이 지켜보는 중이다. 피 터지게 싸우는 상황을 참담하게 바라보면서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고 있을 수도 있다. 과연 잠시 후의 대한민국 정치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자못 궁금하다. 낡은 이념보다 언제든 새로운 신념과 철학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자가 진정한 진보주의자가 아닐까.

<미디어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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