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진녕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통합 국사교과서, 정치 아닌 정책의 문제다
편집부
/ gmitnews@hanmail.net
입력 : 2015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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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최진녕 변호사 | |
이 정도면 역사전쟁이다. 여야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문제를 놓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전면전을 선포했다. 여당은 ‘역사 바로 세우기’ 전선을 구축했고, 야당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카드를 검토하는 등 국정화 저지에 맞불을 놓았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국사 교과서 서술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다. 국정화를 찬성하는 보수진영은 민간출판사가 만든 검정 교과서들에서 이른바 '좌편향' 서술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바뀌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서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 검정 교과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2.8%, 국정교과서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3.1%로 조사됐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에 대한 찬반 의견이 절반으로 나뉜 것이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이 있을까. 논쟁이 치열할수록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왜 역사를 가르치며, 어떤 방식의 교육이 대한민국과 미래세대의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역사교과서 문제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다. 논란의 발단은 기존 국사교과서의 정치적 편향성이다. 현행 검인정 역사교과서제도는 교과서 개발주체를 다양화하고 학교현장에 교과서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과서 개발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지금껏 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가 두 차례 출판(2011년 6종, 2014년 8종)됐으나, 특정 학맥이나 전교조,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소속된 집필진이 독과점을 형성, 매번 집필에 참여하여 이념편향성을 띤 교과서 출판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실제로 현대사 부분에서 북한에 대한 기술은 상당히 관대한 반면, 대한민국의 독립과 건국을 부끄러운 역사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서술이 곳곳에 눈에 띈다. 올해 4월 서울행정법원은 교육부의 수정명령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했는데, 이를 통해서도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이 확인된다. 국사의 국유화를 우려하던 진보가 오히려 국사를 사유화한 결과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안으로서의 국정교과서제도는 어떨까. 진보진영은 1974년부터 적용된 국정체제의 한국사 교과서가 독재를 미화했다며 앞으로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옛 국정교과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과거 독제시대와 현재 민주화 시대를 동일시 하기는 어렵다. 수많은 매체와 인터넷은 정권과 최고 권력자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낸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서가 노골적으로 정권의 나팔수가 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형식상 국정교과서이나 기존 8종 교과서를 총합하는 취지의 ‘통합 교과서’를 추진하는 것은 역사교육의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교육부의 위임을 받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 공모와 교과서 개발을 책임지고, 학계와 학부모, 기타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편찬심의회가 교과서 원고를 심의하는 방식으로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헌법적인 측면에서 국정교과서의 문제는 없을까. 헌법 제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한다. 국정화 반대 측은 이 조항을 들어 국정교과서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며 위헌 공세를 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1992년 국정교과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가 재량으로 국정교과서를 만들어도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통합교과서에 담는 내용이 적절하고, 과정이 정당하면 국정 전환이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건전한 자본주의 정신에 부합할 수 있다. 미래세대의 바른 역사인식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국정화를 발표한 다음 교과서 제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현장 적용까지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집필 과정 등을 고려할 때 부실 교과서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검정제도를 국정제로 전환함에 따라 기존 교과서 업체 등 관련자의 피해도 예상된다. 모든 정책에는 명암이 있다.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책의 정치화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막으면서도 역사교육의 근본 목적을 살려내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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