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이야기(24) 초서의 명필, 고산 황기로
구미아이티뉴스
기자 / gmitnews@hanmail.net
입력 : 2015년 10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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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매학정 | |
고아읍 예강리 강정마을의 고산 기슭에는 매학정이 낙동강 줄기를 굽어보고 있다.
이 정자는 조선조 중종 때 명필인 고산 황기로가 조부가 글 읽던 곳에 세웠으며, 만년에 이르기까지 시서로서 유유자적한 삶은 누린 곳이다. 뒤에 그의 사위 옥산 이우가 매학정의 주인으로 만년을 보냈다.
황기로(1521~?)는 자를 태수, 호를 고산 또는 매학정이라 했으며 덕산인 옥의 아들이다.
중종29년(1534) 진자시에 합격한 뒤 고향은 은거하여 여러 번 벼슬에 임명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고산은 글씨룰 잘 썼는데 특히 초서에 능했다. 김안국과 함께 중국에 들어가 그곳의 서예대가에게 그의 초서를 보였더니 ‘왕희지 이후의 1인자’리고 감탄했다.
그때부터 중국에선 황기로를 초성이라 불렀고, 다투어 그의 글을 구해 귀중히 보관했다고 한다. 아우인 영로도 초서를 잘 썼다.
고산은 오로지 글씨에만 심취하였으니 고아읍 대망이레 금수골이라는 골짜기가 있는데 일찍이 고산이 그곳에서 글씨 연습을 하여 먹물이 개울로 흘러 검게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고산이 초서로 일가를 이루자 그가 가는 곳 마다 그의 필적을 얻으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한번은 영주의 장여화가 전계초당을 짓고 편액을 써 줄 것을 요청하자, “제가 흥이 날 때에 쓸테니 노무 조급하게 굴지 말라.” 하며 주변을 거닐다가 갑자기 “내가 흥이 났으니 그대는 빨리 종이와 먹을 준비하라.” 하고, 자신은 산 위에 올라가 칡넝쿨 줄기를 가져다가 이빨로 씹어 붓을 만들어 전계초당 넉 자를 썼는데, 전자는 대나무 순처럼 뽀족하고, 계자는 흐르는 시냇물과 같고, 초자는 풍이 돋는 모양이고, 당자는 집이 서 있는 모양과 같아 고산은 자신도 즐거워하며 “내 평생의 득익작”이라 하였다.
뒷날 중국의 점술인이 이 글을 보고 천금이 나가는 나귀와 바꾸기를 청하였는데, 장여화가 거절하여 말하기를 “내가 장차 후손에서 물려 보배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고 전한다.
유몽인의 어우야담에도 황기로의 일화가 전한다.
황기로는 술 마시기를 좋아했고, 초서를 썼다. 황기로의 글씨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큰 잔치를 열어 그를 맞이 했는데 원근의 손님들이 각기 하얀 비단이나 꽃무늬종이를 천백 축씩 가지고 왔다.
황기로는 종이가 많을수록 더욱 재주를 보였고 붓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았으며 자신의 집에서 좋은 붓을 가지고 가지도 않았다.
다만 먹을 서너 말 갈게 하고는 주인집의 몽당붓을 거두어 모았는데 아이들이 담장위에 버린붓이나 부녀자들이 언문편지를 쓰다남은 것 따위를 모두 합하여 묶었다. 몇 자나되는 긴 붓대를 사용했는데 붓대의 끝 부분을 잘라 끈으로 매어 묶었다.
날이 저물도록 몹시 취하게 마시고 붓을 잡을 생각은 하지 않았으나 모든 손님들은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술에 대취하여 붉은 것과 푸른 것을 분간하지 못 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손으로 붓대 끝을 움켜잡았는데, 손가락은 쓰지 않았다.
먹을 묻혀 붓을 마음대로 휘두르는데 한번 붓을 휘두름에 능히 그림 수 백장을 그려내 날이 기울기 전에 마쳤다.
용이 날고 호랑이가 웅크리며 귀신이 출몰하는 형태는 천변만화하여 무어라 형용할 수가 없다.
[어유야담]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도 전한다.
이후백이 송찬과 함께 조언수의 집에 갔다가 자리 모퉁이에 병풍이 있는 것을 보니 황기로의 초서였다.
이후백이 조언수에게 “우리 집에 새 병풍이 있으니 이것과 바꾸도록 합시다”라고 했다.
조언수가 “왜 그러시오?”하고 물으니, 이후백이 대답하길 “나는 평생 이 글을 싫어했으니, 내 병풍과 바꾸어 이를 불태워 버리고 싶소.”라고 했다. 송창이 “안 될 말입니다. 내가 전에 황생의 집에 갔는데 보니까 자리 위에 흰 비단과 화선지가 꽂혀있고 밀쳐둔 서안이 있었습니다. 황생이 두 장의 초서를 뽑아 내 저에게 보여주더니, 또 빈 화선지 두 장을 꺼내어 나에게 모방하여 써보라고 했소, 나 또한 조금은 붓을 놀릴 줄 아는지라 황생의 글씨를 본떠 썼습니다.
그러자 황생이 칭찬하며 말하길 ‘내 글씨를 구하는 것이 날마다 수백장에 달해 피곤함을 견딜 수 없으니, 이것으로 대신 써야겠소. 평범한 안목으로야 어찌 분별할 수 있겠소?” 라고 했다.
그러고는 시렁 위에서 고첩법과 자신의 글씨를 꺼내 둘의 자법을 비교하는데 모두 옛 사람의 서법이었으며, 한 글자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없었소, 또 내 글씨를 가리키며, “아무 글자와 아무 획 모두 죽어 있소. 무릇 글씨란 공력을 쌓지 않고는 잘 쓰기 어려운 법이지요”라고 말했다.
“황생의 글씨는 쉽게 품평할 수 가 없소.”라고 말하자 이후백은 부끄러운 낯빛을 띠었다.
|  | | | ↑↑ 금오동학(金烏洞壑) | |
금오산 북록, 금오산성 외성으로 가는 등산로 우측 큰 바위 벽에 마치 사람을 위압하듯 가로세로 2자나 뇌는 대자로 음각되어 있는 ‘금오동학(金烏洞壑)’이 바로 고산 황기로의 글씨이다.
자료제공 : 구미문화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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